은성수號 출범 "금융사 투자실패, 책임 안묻겠다"

입력 2019-09-09 17:18   수정 2019-09-10 01:47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떠나는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끝에 한 말이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를 이해하고, 현장을 발로 뛴 다음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라는 당부였다. 은 위원장의 이런 부탁은 취임사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일관되게 녹아 있었다.


“한국에서도 앵그리버드 나와야”

은 위원장은 혁신기업의 성공 사례로 핀란드 모바일게임 회사 ‘로비오’를 언급했다. 이 회사가 51번의 실패 뒤 52번째 만든 게임이 ‘앵그리버드’라고 소개했다. 인구 550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에서 개발된 앵그리버드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은 위원장은 이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실패한 기업이라도 잠재력을 보고 지원해준 금융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혁신기업을 많이 출현시키기 위해 “금융회사가 혁신기업을 지원하면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면책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감사원의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구상이다. 적극행정 면책제도는 2008년 감사원이 도입한 제도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절차 위반, 예산 낭비 등에 대해 공무원의 책임을 감면해주는 게 핵심이다. 공직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업무 추진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은 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은 부동산담보와 같이 우리에게 없는 것을 요구하고 지식재산권(IP), 성장성 등 우리에게 있는 것을 봐주지 않는다”는 기업인들의 지적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 지적에 따라 “기업이 다양한 유·무형 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괄담보제도’의 도입·안착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괄담보제란 부동산 담보를 제외한 지식재산권,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 다양한 동산을 한꺼번에 묶어 이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업구조조정 “당사자 고통분담 원칙”

은 위원장은 포용적 금융 실천을 위해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정책금융과 중금리대출 등 자금 지원을 늘리고, 자활의지 약화나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과다채무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금융상품과 관련해서는 제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에 대해선 “당사자 간 공평한 고통분담 원칙을 견지하면서 시장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을 하겠다”며 “이를 통해 신속하게 ‘옥석(玉石)’을 가려냄으로써 금융·실물경제의 불안 요인이 누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입은행장 시절 성동조선에 대해 법정관리 결정을 내렸다. ‘고통분담 원칙’을 언급한 것도 정치적인 요인으로 구조조정을 미루며 좀비기업으로 연명하게 두진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밖에 일본의 수출규제 피해 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신규 자금 지원 등 금융지원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 등 대출 구조를 개선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신영/임현우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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